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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환점 글또

나의 전환점 글또

들어가며

글또(글 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 커뮤니티의 10기가 마무리되었다. 글또, 우리는 매주 글을 쓰며 함께 성장한다. 내 첫 커뮤니티의 경험이 글또이어서 너무 다행이었고 “조금 더 일찍 글또에 참여할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드는게 현재의 감정이다. ㅎㅎ 사실 글또가 커뮤니티가 종료되었다는 것이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 이 시점에서 나의 글또 활동들을 돌아보며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글또

나의 글또 시작은 9기였다. 같이 개발을 시작한 친구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9기에 참여했을 시점에는 나름 인생에서 제일 깊고 어두운 시기를 지나던 차였고, 이게 나한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 내 몸 챙기면서 살아가는데도 힘이 드는데 내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쓸 수가 있을까? 하지만 9기가 시작되고 내 생각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글또는 그 시점에 나의 진행방향 각도를 1도씩 바꿔주는 소중한 포인트였던 것 같다. 글또에서 글을쓰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에 해보지 않은 생각들과 활동들을 하면서 나는 가랑비에 비젖듯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갔다.

그때를 돌아보면 모든 것에 여유가 없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엇하나 만족할 수 없던 상태였던 것 같다. 글또 9기를 시작하고나서 정확히 모든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만큼은 선명하다. 그 감정들을 글로 표현하자면 “안전하다. 편안하다. 괜찮다. 따뜻하다. 쉬어가” 였다. 그리고 글또를 시작하기전 첫 OT에서 성윤님의 소개와 안내는 나에게 적잖히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자기소개를 하실때 스스로를 너무 잘 알고 설명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낯선 자기소개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에 대해서 아는게 없었다. 나에 대한 메타인지가 제로였다. 메타인지? 라는 단어조차 처음 들어봤으니까.

그 이후로 조금씩 나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시도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건 뭐지? 내가 잘하는건 뭐지? 내 강점은 뭘까? 난 어떤 상황에 놓일때 불안해지지? 날 조금씩 입체적으로 바라보려고하는 시도들을 여러차례 해봤다. 강점 검사도 해보고, 주변분들에게 이야기도 들어보고 나 스스로를 관찰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었다. 여전히 나의 모든 부분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 경험이 내가 바라보는 나의 세상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글또 덕분에 이전의 나의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조금 덜 불안하고, 초조하고, 오늘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글또 내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나, 바라보는 시선들을 통해 나만의 틀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 참. 글또 덕분에 러닝도 살면서 처음 해봤다. 1km에도 나가떨어지는 내가 러닝이라니..

쓸모또

사실 “글쓰기는 엄청 성공한 대단한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만큼 심리적인 허들도 높았고, 하나의 글을 쓰기까지의 에너지 소모가 많은 편이었다. 자기 검열도 참 심해서 누가 보지도 않는데 끙끙거리면서 글 하나 완성하는데 보이지 않는 나만의 족쇄에 묶여있었다. 그러다보니 글을 질질 끌게되고 제출 전날 시간을 부어서 쓰다가 탈진하기를 반복했었다. 그래서 9기때는 글쓰는게 참 힘들었었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먼저 찾기 시작했다. 9기가 끝나자마자 나의 글쓰기에 대한 노력도 멈춰버렸었다. 글또 10기를 기다리면서 개인적으로 현타가 왔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나의 욕구가 아니었나? 어쩌면” 글쓰기는 좋다”라는 막연한 외부의 기준으로 글을 쓰려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기를 참여하기 이전에 나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왜 글을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는지 스스로 정립해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내렸던 글쓰기의 의미는 “나만의 작은 성취를 글의 형태로 남기는 것” 이었다.

그 다음은 이를 어떻게 시스템화하지에 대한 고민이 뒤를 이었다. 글쓰기는 어렵다. 머리속에 파편화되어있는 내용들을 구조화해야하고, 독자도 고려해야하며, 완성에 대한 부담감도 자연스럽게 따르게 되어있다. 지난 기수에서는 이러한 과정들을 한번에 몰아서 하느라 개인적으로는 많이 힘들었었다. 또 혼자 하다보니 이 어렵다는 느낌이 증폭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었다. 물론 여러명이서 글을 같이 이어쓰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힘들고 고된, 고독하게 무언가를 깍아내는 행위”처럼 인식됐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작게, 자주 그리고 함께였다. 글쓰기라는 과정은 마치 하나의 덩어리같은 행위같지만, 사실 꽤나 여러 단계로 나뉜다. 글감을 떠올리고, 구조를 잡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문단을 구성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잇고, 다듬는 단계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글이라는 커다란 덩어리를 분할 정복하듯이 작게 나누고 이를 매일 조금씩 작성하는 방식으로 실험했었다. 2주 정도 테스트해봤을때 이 방식은 꽤나 나에게 잘 맞았었다. 40분이라는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 몰입해서 글감을 찾고, 구조를 잡고 날것의 문장으로 던지다보니 시간이 매우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게 됐고 힘들다기보다는 벌써?라는 생각이 먼저들었다. 그리고 몰입을 한 후에 모자란데.. 라고 느낄때도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 노트북을 덮었다. 이렇게 1주를 해보니, 그 이후부터는 오히려 글쓰고 싶어서 근질거리는데?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글쓰기가 기다려진다, 즐거운 행위다라고 인지하기 시작했던 시점이 이때였던 것 같다.

그렇게 글또 10기를 기다리면서 같이 해나갈 분들을 찾았다. 글쓰기가 고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나에게 심어줄 환경이 필요했다. 그렇게 쓸모또의 첫 파일럿을 시작했다. 빈 노션 페이지에서 모임 진행방식과 구조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한 주 지날때마다 참여해주신 분들의 경과와 운영 방향을 설문받고, 소모임의 타겟 대상들을 구체화해봤다. 쓸모또라는 소모임의 이름도 이때 정해졌다. 쓸모로운, (꽤) 쓸만한 모각글 모임. 중의적인 표현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소모임의 분위기는 따뜻함, 오늘 하루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이웃집 같은 분위기를 지향했다. 여기서 내 성격을 적절하게 잘 사용한 것 같다. 글또에서 만난분들이 공통적으로 나에게 말해준 인상과 첫 느낌은 쉽게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하는, 분위기를 잘 풀어준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무해하다.. ㅋㅋ 처음에는 그닥 좋은게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나의 장점이라는 것을 쓸모또를 운영하면서 깨달았다. 이런 장점을 십분활용해서 쓸모또의 모더레이터 역할을 했다.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응원도 드리고, 회고를 같이 나누며 내가 만들고 싶었던 분위기의 상을 조금씩 구체화해나갔다. 매일 끝나는 시간에 같이 한 줄 회고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응원하고, 글을 써가는데 있어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글또 10기가 시작했고, 나의 글또 10기는 쓸모또라는 4채널(글또내 자발적 소모임)을 운영하는 것에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총 72분이 쓸모또에 들려 글을 쓰고 가셨다. 7명으로 시작해서 꾸준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현재(글또 마지막주기)는 47분과 함께 매일 쓸모또를 하면서 글을 써내려왔다.

Desktop View쓸모또 참여인원

매 주기마다 새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쓸모또를 아껴주시고, 애정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참 말로 표현못하게 뿌듯하기도 하면서 많이 감사했다. 이분들 덕분에 나의 마지막 글또가 처음해보는 소모임 운영이, 그리고 글쓰기가 즐겁고 행복했다. 글또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건 다시 안올 큰 행운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함께 해주신분들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힘이 되었다. 참여하시는 많은 분들이 매일이 9시가 기다려진다, 글쓰기가 재밌어졌다는 의견을 전해주실때 가장 뿌듯하고 감사했다. 쓸모또를 운영하면서 매 주기마다 운영설문을 받았었는데 자유 항목에 써주시는 응원 하나하나 읽어봤다. 쓸모또가 아니더라도 힘든일이 있으면 가끔 열어서 읽어보기도 했다.

쓸모또라는 소모임에 나도 모르게 참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는게 마무리되는 시점에 슬슬 실감이 난다. 참.. 나에게 너무 많은 의미가 되어버린 모임이다.

앞으로

글또는 10기로 마무리되지만 슬랙 채널은 5월까지 연장되어있다. 앞으로 2달간 열려있는 글또 채널에서 남은 분들과 소통을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쓸모또의 마지막 오프라인 모임을 준비중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렸던 쓸모또의 마지막 그림이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한창이다. 쓸모또를 운영하면서 함께했던 이야기들, 느끼고 생각했던 더 깊은 이야기들은 쓸모또 오프라인이 마무리 된 이후에 다시 돌아와서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글또는 나에게 있어서 많은 내적 성장을 만들어준 커뮤니티다. 참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이었고, 사람 냄새나는 공간이었다. 이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주신, 또 글또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주신 성윤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글또를 함께 만들어주신 운영진분들, 글또에 같이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아 참. 방금 나의 첫 10km 마라톤을 완주하고 오는 길이다. 다음에는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

Desktop View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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