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10기 다짐글
10기를 시작하면서
작년 이맘때쯤 시작한 글또 9기를 지나 어느새 글또 10기에서도 활동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글또는 10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글또에서 새로운 분들도 많이 만나고, 생각을 많이 바꿀 수 있었던 계기들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번 기수가 마지막 기수라니 한편으로는 매우아쉽다. 하지만 끝이 있어야 지금 10기에서 하는 활동들이 더 값지게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9기 동안의 기간은 나름? 평탄한 인생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다. 혼란스러웠고, 갈피를 잡지 못했고, 마음이 급했고, 지쳤었다. 그와 동시에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기였다. 스스로에 대해서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기였고, 선입견처럼 지니고 있었던 낡은 생각들도 깨지고 다시 정립해 나갈 수 있던 시기였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중 하나는 하루하루의 작은 성취들에 대해서 굉장히 무감각했다는 것인데,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것의 중요성을 많이 체감했다.
내가 원하는 어떠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의 원리는 결국 하루하루의 작은 성취들이 모이고 서로 연결되면서 바라던 이상향의 상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작은 성취를 모으고 서로 연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도구는 “글 쓰기”인 것 같았다. 자기가 이뤄낸 작은 성취를 스스로 확인하고 되돌아보지 않으면 마치 공중으로 분산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셈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결국에 이 성취를 모아두고 계속 확인해 주기 가장 적합한 포맷은 나에게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 9기를 돌아보면서 그때의 나는 “글 쓰는 것이 좋은 이유”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스스로에게 최면 걸듯 주입하고 글을 쓰려했었던 것 같았다.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10기의 목표
10기의 목표는 “글을 쓰는 것”에 최대한 집중해 보려고 한다. 앞서 느낀 점을 토대로 다른 말로 바꿔보면
“그동안 내가 공중에 분산시켰던 나의 작은 성취를 다시 떠올려 글로 붙잡아 두는 것.”
이것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9기 때는 누군가 나의 글에 대한 평가(사실 아무도 읽지 않음), 좋은 글에 대한 막연한 이상향(사실 뭐가 좋은 글인지도 잘 모름)들로 글 쓰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다 9기가 끝날 때쯤 이런 것들은 나에게 하등 쓸모없는 걱정이었으며 어떤 방향으로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내 작은 성취들이 저런 쓸모없는 생각으로 마냥 흘러가 버렸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었다.
10기에서 하고 싶은 것들
역시 글 쓰기에 빠져보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글을 쓰기 위한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 노력 중 일환이 글또 내 소모임 운영 & 참여하는 것이다.
“쓸 만한 10분 모각글또”
꾸준히 글 쓸 힘을 기르기 위해 글또 내의 소모임 “쓸 만한 10분 모각글또”를 만들어서 운영해 보고 있다. 하루에 적어도 10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해 활동을 하기 위한 모임이다. 지난 9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파일럿 운영해 보고 10기에 들어와서 정식으로 시작했다. 참여해 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모임 네이밍을 추천받았는데, 그중 쓸 만한(useful), (글을) 써볼 만한 이라는 이중적인 이름을 가진 네이밍이 마음에 들어 “쓸 만한 10분 모각글”로 잡았다. 두 의미 모두 잡고 싶었나 보다.
개인적으로 느낀 장점은 하루에 40분~50분 정도는 온전히 글을 쓰기 위한 활동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내가 만들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한 줄에서 두 줄 정도는 글을 쓰는 것 같다.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꽤 빠른 속도로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다.
모임 운영 초반에는 모임에 참여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글 쓰는 활동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의도적이라기보다 원래 잘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몰입이 잘 된 날은 오히려 빨리 다음 모임 시간이 와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점점 내려가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이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셨을지 궁금하다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3~4시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면 당일에 글을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나에게 그리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 그 당일은 글또의 글 제출 날이었고, 글도 다 끝난 이후부터는 원동력을 잃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야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쓸 만한 10분 모각글또”는 나에게 글 쓰는 행위의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위한 첫 번째 액션 중 하나였다. 아직 첫 주기지만 나를 포함 6분이나 신청해 주셨고, 꾸준히 참가해서 글을 같이 써 내려가고 있다. 목표에 공감해 주고 참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분들과 함께 꾸준히 글을 쓸 힘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
“퇴고 모임”
두 번째는 글을 퇴고하는 모임에 참여했다. 사실 이 모임도 9기쯤 참여했던 모임이다. 퇴고에 대한 중요성은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강원국의 글쓰기” 책에서 인지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퇴고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했다. 사실 초고보다도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의 글쓰기는 초고가 곧 최종본이 되는 경우가 항상 많았다. 그래서 퇴고가 뭔지 몰랐던 것은 당연했고, 왜 중요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실 지금도 100%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어떻게 퇴고하는 건지 알고 싶어서 퇴고 모임에 들어갔다.
퇴고 모임에 들어간 후부터 지금까지 모임원들과 함께 퇴고를 위한 체크리스트를 뽑아보고, 서로 간의 글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으면서 기존에 작성했던 글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보면서 수정해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보니 글을 쓸 때는 안 보였던, 이상한 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부끄럽고 왜 그랬을까 하는 감정은 느껴졌지만, 하나씩 다듬어 나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퇴고 모임에서 얻은 점은, 글도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는 상태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과 엉망진창 글에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심리적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어쩌면 초고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퇴고로 미루어버린…?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글을 초반에 쓰는 데 있어서 이전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퇴고에서 한 번 더 걸러 더 괜찮은 글로 만들 수 있을 테니.
그리고 글을 쓴 시점보다 더 나중에, 조금 더 현명해졌을 때의 생각을 다시 한번 투영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독서 모임에서 누군가 했던 이야기인데, 책은 시간적 흐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시간이 흘러 변한 내 생각을 되새김질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퇴고 활동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아직은 퇴고 활동이 익숙하지 않아 습관화되지 않았지만, 10기에는 퇴고 모임도 고도화해서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
10기 기간(10월 ~ 3월)동안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
글또에서 글을 쓰는 활동 외에, 이 기간에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도 이루었으면 해서 적어본다. 어쩌면 이 활동들에서 좋은 글감을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를 거 같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보고 싶다.
첫 번째는 현재 개인으로 개발하고 있는 앱 서비스를 출시하고 운영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앱은 flutter를 이용해서 구현하고 있다. 메인 MVP는 로컬 디바이스 상에서 돌아가는 것을 베이스로 하는 기능을 먼저 개발하고 있다. 이후에 추후 MVP 기능과 함께 부가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 서버가 필요한 기능들을 엮어 서비스를 확장 & 운영해 보는 것을 다음 목표로 잡고 있다. 단순히 딱 한 번 배포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의 기획부터 & 운영까지 실사용자들과 만나는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사용자 정책, 운영 백오피스, 공지, 사용자 통계 등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들을 고민하고 기획해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두 번째는 “테크포임팩트”에 선정된다면…. 활동해 보고 싶은 주제가 있다. “테크포임팩트”는 비영리단체나, 비영리 스타트업, 소셜벤처 기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양한 소스의 기술 인력들과 만나 사용 가능한 오픈소스나 연구를 진행하는 활동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지고 있던 경력 외 직무와 다소(?) 연관된 랩 주제가 있어 신청하게 되었다. 아직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만약 선발된다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출시시켜 보고 싶다. 기술을 통한 문제해결뿐 아니라 결과물로 인해 기존 업무의 효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더없이 뿌듯할 것 같았다.
세 번째는 역시 글쓰기인데, 문제 해결 과정을 그리는 글을 써보고 싶다. (글에 미친놈같이 보이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이런 욕구가 있는 게 분명하다) 10기 기간에는 나의 성취를 기록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모아두었던 기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다. 이러한 글을 3개 정도 써보고 싶다. 구조는 “문제 인식”-“해결 방법 도출”-“문제 해결의 결과“와 같은 구조를 갖는 글. 나도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기술 관련 글에서 내가 대체로 즐겨찾기를 누르거나, 나중에 다시 봐야지 했던 글들은 대부분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과정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선택했는지가 명확한 글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런 글을 써보고 싶어서 앞에 언급한 두 활동에 헌신해 보려고 한다.
마무리하며
10기가 마무리된 후 이 글을 다시 보는 나는 하루하루의 작은 성취를 잘 모아두어 그동안에 이루었던 여러 성취를 회고하면서 더 큰 성취를 위해 계획하고 있을 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고 있었을 거라 믿는다! 시간이 흘러 지난 나는 조금 더 현명해져서 이글을 보고 있을 게야. 10기가 거의 마무리된 후 회고를 위한 질문을 몇 개 남겨두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 나는 현재 어떤 모습이며,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 나를 설명하는 단어는 무엇인가?
- 일을 즐기고 있는가? 어떤 가치가 있나?
-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보수는 좋나 ?
- 직업, 소속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소개해 보자
- 현재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
- 위에서 언급한 일 중 가장 잘 해낸 일은 무엇이었나?
-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나 ?
-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은 있는가?
- 내가 현재 걱정하던 일은 미래 어떻게 되었나? 걱정할 만한 내용이었나? 그냥 일시적인 것이었나?
- 이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생각들은 뭐였나?
- 가장 기억에 남는 즐거웠던 일은 무엇이 있나?
- 그 즐거움이 나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